음악 & 그림이야기

[그림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Healing Layla 2024. 1. 4.

안녕하세요 힐링라일라입니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뉴욕 한복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사무실 '뉴요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승승장구 커리어를 쌓아가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암으로 투병하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명석했던 형을 자신의 결혼식이 되어야 했던날 떠나보냄으로 아무것도 할수 없을 것 같은 지독한 무력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때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결정한것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아마 대부분의 이들에게 특별한 공간일 것입니다. 저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했던 날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날은 갑자기 비가 와서 뜻밖에 인력거를 타고 센트럴파크 내 까페로 부랴부랴 비를 피하려고 갔다가 또 이내 비가 멈춰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날이기도 했습니다. 삶에는 내가 뜻하지 않았던 일들이, 내가 바라지 않았던 일들이, 갑작스런 비처럼 내리지만 그때마다 거장의 작품들이 큰 바위처럼 우리를 위로해줍니다. 다음은 책 내용의 일부를 요약한 것입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은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해준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예수의 그림을 정말 좋아합니다. 메트에 소장된 작품들 중 가장 슬픈 그림은 베르나르도 다디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일것입니다.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엄청나게 슬픈 광경이지만 유난스럽게 묘사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위엄을 잃지는 않았지만 축 늘어져 있습니다. 온화한 우아함이 우러나오는 분위기로 보아 그는 용감하게 고통에 맞선던 듯 합니다. 마리아와 요한은 생각에 잠겨 땅에 앉아 있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지쳐보입니다. 미친듯 흘러간 하루가 끝나고 남은것은 죽음 뿐입니다. 나는 예수의 그림들에서 새롭거나 미묘한 늬앙스를 찾는데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이해한것은 다디는 고통 그 자체를 그렸다는 점입니다. 그의 그림은 고통에 관한 것입니다.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문을 막히게 하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 그림을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 작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합니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인 것이지요.
 

The Crucifixion 베르나르도 다디 ca. 1325/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제공/Google Arts &amp; Culture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법: 처음 1분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라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방식을 갖추게 됐습니다. 우선 작품에서 교과서를 쓰는 사람들이 솔깃해할만한 대단한 특이점을 곧바로 찾아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냅니다. 뚜렷한 특징들을 찾는데 정신을 팔면 작품의 나머지 대부분을 무시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시스코데 고야가 그린 초상화가 아름다은 까닭은 그의 천재성을 반영한 특징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색채와 형태, 인물의 얼굴, 물결처럼 굼실거리는 머리카락 등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이 다양하고 매력적인 세상의 속성들이 훌륭한 표현 수단안에 모아졌기 때문입니다.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첫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저 지켜봐야 합니다.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건 좋다' '이건 나쁘다' 또는 '이건 가,나, 다 를 의미하는 바로크 시대 그림이다'라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이상적으로는 처음 1분동안은 아무런 생각도 해서는 안됩니다.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PIETER BRUEGEL /HARVESTERS/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출처: Google Arts &amp; Culture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늦은밤, 크리스타 형수와 미아, 타라 그리고 내가 형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형이 하는 말은 더이상 앞뒤가 맞지 않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형이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치킨 맥너깃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맨해튼의 밤거리로 뛰어나가 소스와 치킨 너깃 한아름 사들고 돌아오던 그때 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침대를 둘러싼 채 우리는 우리가 아는 최선을 다해 사랑과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소풍을 즐겻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장면은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수확>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까지 펼쳐진 광할한 풍경을 배경으로 농부 몇몇이 오후의 식사를 즐기는 모습 말입니다. 배경 중간쯤 교회가 있고 그 뒤로 항구 그리고 황금빛 들판이 아스라한 지평선까지 굽이쳐 펼쳐집니다. 화면 앞쪽에는 큰 낫으로 곡물을 거두는 남자들과 그것을 한데 묶느라 허리를 굽힌 여자가 보입니다. 앤 앞쪽 구석에는 일을 하다가 배나무 아래에 앉아 식사를 하는 아홉명의 농부들이 다소 희극적이면서도 애정을 담아 묘사되어 있습니다. 브뤼헐의 이 명작을 바라보면서 나는 가끔 이것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광경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가끔 나는 어느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내용출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저자(글) · 김희정 , 조현주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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